일상🌼

죽음이 무뎌질 수 있을까?

김난향 2025. 3. 4. 01:58

휴일날 퇴사하신 선임 선생님의 결혼식에 갔다.
워낙 마당발인 선생님이라 전국각지에서 선생님을 축하하러 많은 분들이 오셨다. 너무 예쁘셨고(다이어트 포기하셨다면서 순 거짓말! 쏘 골져쓰함), 행복을 바라며 박수와 환호를 하다 눈에 띄어 인터뷰(?)도 함🤭❤️

그 후 같이 청소년에 대해 공부하던 길위의청년학교 7기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한 선생님(동료이자 나의 새로운 선임선생님)과 영화를 보러 갔다. 미키 17.

영화 시작 전 각자 자신의 안경을 쓰고 인증샷😛

사실 영화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봉준호 감독, 인간복제‘ 이정도의 키워드만 가지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 동료를 만났다. 하지만 동료는 구해주기는 커녕 “죽어가는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며 사이코패스같은 질문를 날린다. 그리곤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 그 이야기를 하게 된 시점으로 돌아간다.

오염된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행성으로 가는 미래. 사채업자를 피해 우주로 도망가기 위해 아무 역할로 지원을 하고, 알고 보니 목숨을 건 활동을 하고 무한 복제가 되는 역할이었다. 백신 개발을 위해 방사능에 노출되고, 손목이 잘린다. 그 와중에 몇초에 피부가 녹는지 보기 위해 장갑을 벗으라고 한다.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그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잔인하다. 그런 주인공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어차피 죽어도 내일이면 다시 복제 되잖아?”, “그게 너의 일이잖아?” 등 답변을 아무렇지 않게 뱉고, 실험쥐 취급을 한다. 인간 복제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무뎌진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영화 후반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가 주인공에게 또 묻는다. “죽을 때 어떤 기분이야?” 주인공은 “나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르지.”라고 답변한다. “너는 다시 살아나는 걸 알고 있어서 다른거야?”라고 반문한다. 그 질문에 “나는…. 사실 두려워. 매 죽음이 두려워. 난 죽고 싶지 않아.”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16번을 죽어도 두렵다라고 말하고, 다시 살아나지만 죽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죽음이라는 것은 수십번을 겪어도 무겨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늘 자신은 괜찮다며 안심시켜주던 주인공이 사실은 괜찮을거라고 늘 자신을 다독였을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발전된 과학기술을 누리는 것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키 17로 본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진 사회는 기이하고 흉측하다. 과학기술과 인간의 존엄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 이제 머나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생각한 후 내가 내린 결론은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