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 무뎌질 수 있을까?
휴일날 퇴사하신 선임 선생님의 결혼식에 갔다.
워낙 마당발인 선생님이라 전국각지에서 선생님을 축하하러 많은 분들이 오셨다. 너무 예쁘셨고(다이어트 포기하셨다면서 순 거짓말! 쏘 골져쓰함), 행복을 바라며 박수와 환호를 하다 눈에 띄어 인터뷰(?)도 함🤭❤️
그 후 같이 청소년에 대해 공부하던 길위의청년학교 7기 선생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이한 선생님(동료이자 나의 새로운 선임선생님)과 영화를 보러 갔다. 미키 17.

사실 영화에 대한 정보 하나 없이 ‘봉준호 감독, 인간복제‘ 이정도의 키워드만 가지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시작하자마자 주인공이 죽음을 눈앞에 둔 상황에 동료를 만났다. 하지만 동료는 구해주기는 커녕 “죽어가는 기분이 어때?”라고 물으며 사이코패스같은 질문를 날린다. 그리곤 과거의 시점으로 돌아가 그 이야기를 하게 된 시점으로 돌아간다.
오염된 지구를 벗어나 우주의 행성으로 가는 미래. 사채업자를 피해 우주로 도망가기 위해 아무 역할로 지원을 하고, 알고 보니 목숨을 건 활동을 하고 무한 복제가 되는 역할이었다. 백신 개발을 위해 방사능에 노출되고, 손목이 잘린다. 그 와중에 몇초에 피부가 녹는지 보기 위해 장갑을 벗으라고 한다.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그럴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할 정도로 잔인하다. 그런 주인공에게 돌아오는 답변은 “어차피 죽어도 내일이면 다시 복제 되잖아?”, “그게 너의 일이잖아?” 등 답변을 아무렇지 않게 뱉고, 실험쥐 취급을 한다. 인간 복제로 인해 사람의 목숨이 무뎌진 사회에서 인간의 존엄성은 찾아 볼 수 없었다.
영화 후반에 사랑하는 이를 잃은 이가 주인공에게 또 묻는다. “죽을 때 어떤 기분이야?” 주인공은 “나는 네가 사랑하는 사람과 다르지.”라고 답변한다. “너는 다시 살아나는 걸 알고 있어서 다른거야?”라고 반문한다. 그 질문에 “나는…. 사실 두려워. 매 죽음이 두려워. 난 죽고 싶지 않아.”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16번을 죽어도 두렵다라고 말하고, 다시 살아나지만 죽고 싶지 않다고 이야기하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결국 죽음이라는 것은 수십번을 겪어도 무겨지지 않았다. 그저 자신을 걱정하는 이들에게 늘 자신은 괜찮다며 안심시켜주던 주인공이 사실은 괜찮을거라고 늘 자신을 다독였을 생각에 마음이 아팠다.
영화를 보고 난 후 발전된 과학기술을 누리는 것과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미키 17로 본 인간의 존엄성이 무너진 사회는 기이하고 흉측하다. 과학기술과 인간의 존엄을 두고 고민하는 것이 이제 머나먼 미래의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정도 생각한 후 내가 내린 결론은 가장 무서운 건 사람이다.